"저는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뭐가 전문인지 모르겠어요."
"커리어가 한 줄로 안 정리돼요."
"방향을 못 잡는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이런 고민, 많이 들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커리어가 애매하다고 느껴질 때 자신을 바꾸기보다 시장을 바꾸는 게 더 빠를 수 있습니다. 같은 역량이라도 대기업에서는 "전문성 부족"으로 평가받던 게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정확히 필요한 역량"이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시장만 바꿔서 1주 만에 복수 오퍼를 받거나, 회사가 포지션을 새로 만들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 스타트업이 찾는 사람
요즘 초기 스타트업 채용 공고를 보면 공통된 패턴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실제 Pre-A 스타트업 백엔드 개발자 공고입니다:
- 백엔드 개발 (Java, Python, Typescript)
- 프론트엔드 개발 (React, Next.js)
- 인프라 운영 (AWS, Docker, CI/CD)
- AI 도구 활용 (Cursor, Claude Code)
백엔드를 뽑는데 프론트, 인프라까지 요구합니다. 3년 전이라면 과한 요구였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초기 스타트업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AI 도구로 개인 생산성은 올라가고, 투자 압박으로 팀은 커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직무'가 아니라 '문제 해결 범위'로 사람을 뽑기 시작했습니다.
200명 기업에서 애매했던 사람, 50명 스타트업에서 오퍼 받은 이유
A 님의 커리어는 한 줄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빅테크, 스타트업을 거치며 데이터 분석도 했고, 엔지니어링도 했고, 모델링도 했습니다.
200명 이상 기업의 피드백:
- "분석 쪽이 더 맞지 않나요?"
- "엔지니어링 깊이가 부족해 보여요."
50인 미만 스타트업의 피드백:
-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부터 대시보드 설계, 간단한 모델링까지 저희에게 필요한 모든 역량을 갖추셨네요."
초기 조직에는 데이터 조직이 없습니다. DA/DE/DS를 각각 뽑을 여력도 없고, 당장 '데이터 전체를 굴릴 사람'이 필요합니다.
대기업에서 '애매함'이었던 게, 스타트업에서는 '정확히 필요한 역량'이 됩니다.
결과: 1주 만에 인터뷰 2회, 최종 직후 오퍼. 연봉, 사이닝 보너스, 스톡옵션까지
회사가 A 님의 조건에 맞췄습니다.
같은 사람, 같은 역량. 바뀐 건 시장뿐이었습니다.
PO로 지원했는데, 회사가 TPM 포지션을 새로 만든 경우
B 님의 커리어는 더 복잡합니다. 창업으로 시작해서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됐고, 백엔드로 전환했다가, PO에 지원했습니다. 이력서만 보면 "방향을 못 잡는 건가?" 싶은 커리어입니다.
시리즈 C, 엔지니어 20명 이상 조직에서 PO를 뽑으려고 공고를 냈습니다. 그런데 B 님 인터뷰 후 회사 생각이 바뀝니다:
"우리가 진짜 필요했던 건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 만들지' 조율하는 사람이었네요."
회사는 원래 없던 TPM 포지션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대표가 직접 미팅을 연달아 잡았고, 희망 연봉도 수용했습니다.
같은 커리어가 PO에서는 '산만함'이었지만, TPM에서는 '완벽한 핏'이 됐습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
A 님과 B 님은 이력서를 고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스킬을 익히지도 않았습니다.
바꾼 건 딱 하나, 시장이었습니다.
스펙으로 싸우지 않았습니다
A 님은 빅테크 경력이 있지만 그 간판으로 승부하지 않았습니다. B 님은 개발 경험이 있지만 '시니어 개발자'로 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본인의 경험이 지금 이 회사의 어떤 문제와 연결되는지를 찾았습니다.
본인을 바꾸지 않고 시장을 바꿨습니다
200명 기업에서 '애매함'이었던 게 50명 스타트업에서는 '필수 역량'이 됐습니다. PO에서 '산만함'이었던 게 TPM에서는 '완벽한 핏'이 됐습니다.
역량은 그대로입니다. 그 역량이 답이 되는 시장을 찾은 겁니다.
결국 협상 테이블 위치가 달랐습니다
A 님은 회사가 조건을 맞췄습니다. B 님은 회사가 포지션을 만들었습니다.
'뽑아주세요'가 아니라 '이 조건이면 갈 수 있습니다'가 됩니다.
제너럴리스트, 시장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이번 사례에 나타난 기업군 별 특징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기준 | 대기업/중견기업/빅테크 | 초기 스타트업 |
선호 인재상 | 특정 분야 전문가 | 여러 역할이 가능한 사람 |
제너럴리스트 평가 | 전문성 부족, 애매함 | 정확히 필요한 역량 |
채용 기준 | 직무별 역할 명확 | 문제 해결 범위로 평가 |
협상 구조 | 회사 기준에 맞춰야 함 | 회사가 맞춤 |
의사결정 속도 | 상대적으로 느림 | 빠름 (1주 내 오퍼 가능) |
커리어 방향 못 잡을 때, 점검해볼 3가지
1. 내 커리어에서 '애매하다'고 느끼는 지점은 무엇인가?
2. 그 애매함이 '필수 역량'으로 읽히는 시장은 어디인가?
3. 나는 지금 그 시장을 향해 가고 있는가?
답이 당장 명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 질문들을 품고 있으면 어느 순간 방향이 보입니다.
마무리
지금 '단점'이라고 여겼던 경험이, 어딘가에서는 '정확히 필요하다'고 불릴 수 있습니다.
자신을 바꾸려고 하기 전에, 먼저 물어보세요:
나는 지금, 어떤 시장의 언어로 나를 설명하고 있는가?